
2022년 7월, 대장동 개발 비리의 후유증 속에 무너진 시민 신뢰와 최하위 재정 등급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취임한 신상진 성남시장. 민선 8기 임기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그 4년 가까운 시간의 성적표는 어떨까. 15일 성남시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정 시스템을 다시 세워야 하는 출발이었다"
취임 당시를 돌아보는 신 시장의 표정에는 감회가 역력했다. "2022년 7월 취임 당시, 성남은 대장동 개발 비리의 후유증 속에 시민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분석 결과도 최하위인 마등급으로 떨어져 있었고, 성남시의료원은 표류하고 있었죠. 한마디로 시정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하는 출발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 시장은 '공정과 상식으로 신뢰받는 소통행정'을 시정 방향으로 내세우고, 결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현재 민선 8기 공약 이행률은 3월 말 기준 97.2%에 이르고, 재정자립도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2년 연속 1위, 지방재정분석 등급은 최하위 마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가등급으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재임 기간 6대 핵심 성과
신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의 핵심 성과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재정 정상화. 취임 당시 최하위권이었던 재정 등급이 가등급으로 올라선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채무 제로 도시'를 기조로 올해 남아 있던 지방채 1,120억 원을 전액 조기 상환해 건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
원도심 재개발과 분당 재건축의 쌍끌이 추진. 원도심에서는 주민 주도형 '생활권 재개발'을 도입해 5곳 1만 1,109세대가 올해 내 구역지정을 앞두고 있으며, 전국 최대 단일 구역인 상대원3구역(약 8,700호)은 지난 2월 LH와 사업시행협약을 체결해 본격 추진 중이다. 분당 재건축에서는 1기 신도시 중 가장 많은 물량임에도 선도지구 4곳 7개 구역의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약 2개월 만에 완료했다. 2차 지정도 공고를 마쳐 올해 7월 접수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9만 8,700호를 정비할 계획이다. 고도제한 완화 역시 국방부에 5개 완화안을 제안해 2개 안을 관철시켰고, 나머지 핵심 3개 안도 최대 135.75m 추가 완화를 추진 중이다.
산업 거점의 확장. 판교테크노밸리에 머물던 성장 엔진을 도시 전역으로 넓혔다. 위례에 포스코홀딩스 글로벌센터를 유치해 약 3,300명 고용 창출과 16조 원 규모의 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되며, 오리역세권 제4테크노밸리, 정자동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까지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 중이다.
교통 혁신. 지난달 지하철 8호선 판교 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다. 판교~오포 철도, 트램 1·2호선 등 4개 노선이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에도 최종 반영됐다. 2026년까지 철도기금 3,0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재원 마련도 병행 중이다. 국토교통부 '지속가능 교통도시 평가'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남물빛정원 조성. 28년간 방치됐던 구미동 옛 하수처리장 부지(2만 9,041㎡)를 문화·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뮤직홀·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주변을 녹지공원으로 꾸며 친환경 도시재생 모델로 평가받으며 2025 탄소중립 경연대회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 시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초로 전 연령 시민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도입했다. 시행 첫해 접종률이 전년 37%에서 50%로 13%p 상승했다.
이 밖에도 KAIST 김재철 AI대학원이 2028년 준공 목표로 첫 삽을 떴고, 2027년 유엔 지속가능한 교통(EST) 포럼 개최 도시로 선정되며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3년 연속 수상은 이러한 성과들이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아쉬움도 남긴다… "의료원 승인, 2년 넘도록 표류"
화려한 성과 이면에 신 시장이 가장 아쉬움을 토로한 부분은 성남시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 문제다. "시민의 혈세 3,888억 원이 투입된 509병상 규모의 최신 공공병원인데, 2023년 11월 보건복지부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한 뒤 2년이 넘도록 결정이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고도제한 완화 문제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군사기지법 시행령 기준 삭제와 비행안전구역 변경 고시 등 일부 성과를 냈지만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시는 지난 2월 보완한 수정안을 국방부에 다시 제출한 상태다.
성남시의료원, 정상화의 길을 걷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개원 직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며 정상 운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신 시장은 근본적 체질 개선책으로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선택했다. "509병상에 최신 의료장비를 갖추고도 자체 운영만으로는 우수 의료진 확보와 전문 진료 역량 구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는 조례 개정, 시의회 동의, 수탁병원 공개 모집 등 선제적 행정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다. 직영 체제에서도 의료 서비스 개선은 계속되고 있다. 2024년 12월 분당서울대병원과 3자 협력 협약 이후 교수진이 1년간 환자 2,020명 진료, 수술 23건을 수행하는 성과를 냈다. 향후 협력 교수진을 현재 10명에서 50명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40억 원을 투입해 지방의료원 최초로 최첨단 로봇수술 장비도 도입할 방침이다.
물가 대응…41만 세대에 에너지 안심지원금 10만 원
국제 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민 부담 증가에 대응해 시는 올해 예산 429억 원을 증액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증액 예산의 98%인 420억 원을 투입해 약 41만 세대주에게 1인당 10만 원의 '에너지 안심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과 별개로 추진돼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성남사랑상품권은 4월 10% 특별할인 판매와 함께 구매 한도를 50만 원으로 확대했고, 주유·충전소 가맹 기준도 한시 완화해 사용처를 넓혔다. 소상공인 특례보증 출연금(5억 원)과 소상공인 희망팩 사업비(1억 7,500만 원)도 이번 추경에 포함됐다.
취약계층 지원, "빈틈을 메우는 행정"
신 시장은 취약계층 지원의 핵심 원칙을 '빈틈을 메우는 행정'이라고 정의했다. 노동취약계층 유급병가비를 2026년 기준 하루 10만 160원씩 연 13일 이내 지원하고, 노무제공자·예술인·영세사업주 산재보험료 본인부담액의 90%를 지원한다. 70세 이상 어르신 버스요금 연 최대 23만 원 지원,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택시비 지원도 계속된다.
2031년 말까지 총사업비 286억 원을 투입해 중원구 하대원동에 고령자 복지주택을 건립하고, 2026년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에는 106억 원을 투입해 4,820명 규모로 운영한다. 청년층을 위해서는 전월세 지원, 미취업 청년 지원 ALL-PASS, 자립 준비 청년 주거비 지원 등 맞춤 정책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남은 임기, 두 가지에 집중한다
신 시장은 남은 임기 핵심 과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속도감 있는 재개발·재건축과 노후도시 정비다. 원도심의 생활권 재개발과 분당의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본격화되는 만큼 시민이 실제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둘째는 AI·반도체·바이오·미래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 인프라를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와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 역시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시"
신 시장은 성남의 미래 비전으로 '30분 생활권 도시'를 제시했다. 8호선 연장·위례삼동선·경기남부광역철도·트램·GTX-A 등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전환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을 도시 전반으로 확장해 AI·반도체·바이오·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국가 혁신 거점으로 도약하는 것이 산업 측면의 핵심 전략이다.
"성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이 변화의 주인공은 시민 여러분입니다. 앞으로도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체감하고, 시민이 평가하는 열린 시정을 이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차기 지방선거에 대한 각오를 묻자 신 시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직 시장으로서의 책임"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시정에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시민 여러분의 평가가 가장 정직한 답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